옛 종이 지도 복원과 수집: 실전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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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종이 지도는 잉크와 섬유, 풀과 먼지, 주인의 손때와 접힌 자국이 겹겹이 쌓인 시간의 문서입니다.
이 글은 개인 수집가와 작은 기록관을 위한 ‘과장되지 않은’ 복원·보존·디지털화·수집 운용 가이드입니다.
1) 첫 접촉: 손상 평가와 기록
장갑은 니트면보다 무분진 니트릴을 권장합니다.
탁자 위에 중성 pH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깔고, 지도는 가장자리를 두 손으로 받쳐 옮깁니다.
스마트폰으로 앞·뒤·모서리·접힌 선·얼룩을 촬영해 고유 식별번호(ID)와 함께 폴더를 만듭니다.
간단한 컨디션 시트: 크기, 지질(면섬유·마닐라·한지·목재펄프), 인쇄(동판·석판·목판·오프셋), 손상(찢김·결실·산화·테이프), 냄새(곰팡이 여부), 습기 흔적.
테이프·풀 제거를 시도하지 말고, 우선 평탄화와 건조가 가능한지 판단합니다.
2) 안전 구역 만들기
복원 전 최소 도구: 소프트 붓(가는 염소털), 마이크로스파튜라, 핀셋, 아트나이프, pH 7 증류수, 무산성 블로팅지, 유리 가중판, 실리카겔, 보관용 중성박스.
공간 조건: 온도 18–22℃, 상대습도 45–55%, 직접광 금지, 공조기 바람 직격 금지.
곰팡이 냄새가 강하면 음압 가능한 별도 공간에서 봉투 격리 후 건조제를 넣고 48시간 관찰합니다.
3) 마일드 드라이 클리닝
먼지 제거는 붓→지우개 파우더→스모크 스펀지 순으로, 인쇄면을 긁지 않도록 가볍게 쓸어냅니다.
접착 테이프는 억지로 떼지 말고, 모서리의 비점착 영역만 살짝 들어 올려 상태만 확인합니다.
잉크 번짐 위험이 있으면 여기서 멈추고 디지털 촬영만 진행해도 충분한 성과가 납니다.
4) 평활(Pressing)과 미세 가습
말림과 주름은 간접 가습으로 섬유 유연성을 회복한 뒤 평활합니다.
방법 예시: 밀폐 가능한 플라스틱 박스 바닥에 젖은 블로팅지+멤브레인지를 깔고, 지도를 직접 물에 닿지 않게 올려 20–40분 관찰.
섬유가 유연해지면 크래프트지–지도–유산지–블로팅지 순으로 샌드위치한 뒤 유리판과 고르게 분산된 무게로 12–24시간 가압합니다.
잉크 번짐 테스트: 가장자리 보이지 않는 곳에 면봉으로 증류수 1점 점적, 번지면 습식 공정 중단.
5) 찢김·결실 보강
가장 보편적 보강지는 일본산 고지(코우조) 한지 4–8gsm입니다.
풀은 중성 젤라틴 혹은 밀전분풀(wheat starch paste, pH 6.5–7)을 사용, 점도는 ‘농도 요거트’ 정도가 다루기 쉽습니다.
섬유 방향을 손상선에 직교하도록 얇게 재단해 겹쳐 붙이고, 넘친 풀은 젖은 붓으로 걷어냅니다.
결실(구멍)은 동일 톤의 바탕지로 뒤 보강 후 전면에는 얇은 텍스처 페이퍼로 시각적 연속성을 확보합니다(색 보정은 색연필·수채의 점묘만).
6) 얼룩·테이프·산성 중화(주의)
고무시멘트 테이프는 기계적 제거 우선, 잔사는 헥산계 용제를 소량 면봉에 묻혀 테스트 후 처리(통풍·방폭 주의).
셀로판 테이프(황변)는 점착층이 용매에 녹기 쉬워 잉크 이행 위험이 큽니다. 초보자는 미시도만 하고 전문가 의뢰 권장.
산성화된 신문 삽지·보강지는 제거하고, 필요 시 분무식 탈산(Ca(OH)₂ 저농도 용액)을 시험편으로 선테스트 후 부분 적용합니다.
7) 라인 접기 흔적 펴기
지도는 원래 접어 쓰도록 제작된 경우가 많습니다. 접은 선을 ‘없애기’보다 스트레스 분산이 목표입니다.
접힘선 뒤면에 아주 얇은 고지 스트립을 연속적으로 붙여 장력 분산, 전면은 최소한의 점묘 보정만 합니다.
8) 디지털화 워크플로
촬영: 평면 촬영대+수평 레일, 편광 필터, 5000K 광원, RAW 촬영, 그레이 카드와 측색 타겟 포함.
해상도: 원본 600dpi(대형은 400dpi 이상), 세부 주석용 크롭은 1200dpi 매크로 촬영.
후처리: 왜곡 보정, 색상 프로파일 임베드(sRGB/AdobeRGB), 파일명 규칙 지역_연도_판형_ID_v01.tif.
메타데이터: 제목, 제작자, 인쇄 방식, 축척, 경계, 좌표계, 소장처, 출처, 라이선스, 복원 이력(날짜·재료·담당자)까지 JSON/CSV로 함께 저장.
9) 보관·포장
짧은 보관: 무산성 봉투+보강 심지 보드, 평장(가장 안전)이 원칙, 불가피할 때 대지관 원통(무산성·지름 10cm↑)에 인쇄면 바깥으로 말아 넣기.
장기 보관: 온·습도 안정(18–20℃/50%±5%), 빛 50럭스 이하, UV 차단. 실리카겔 인디케이터로 교체 주기 기록.
라벨은 산성 없는 펜으로 봉투 바깥에, 지도 본체에는 라벨을 붙이지 않습니다.
10) 전시와 운송
전시는 3개월 이내 로테이션, 조도 50럭스 내외, UV 75μW/lm 이하를 목표. 프레임 내부는 무산성 매트와 UV 아크릴 사용.
운송은 코너 보호+방진 랩+충격흡수재, 케이스 외부에 ‘상하·습도·취급주의’ 표시, 온·습도 로거 동봉.
11) 수집 전략: 가짜·후발행·재인쇄 구분
희소성 판단 요소: 초판 여부, 판목 상태(마모·리터치 흔적), 축척·경계 변천, 판권·서명·워터마크.
워터마크는 암실 라이트로 비춰 확인(면섬유·제지 규격 단서), 잉크는 도트 패턴(오프셋) vs 실선(동판·석판) 관찰.
‘기념 재인쇄’는 상태가 좋아도 연구가치가 떨어질 수 있으니 용도에 맞게 가격을 판단합니다.
12) 가격 형성과 기록
가격은 희소성×상태×수요×주제성의 곱입니다. 항만·철도·군용·광산 지도는 지역 연구와 수집 수요가 높습니다.
구입 시 영수증·판매자 진술서·직전 소장 이력을 함께 보관하고, 사진 6컷(전후/각/상세)을 남깁니다.
13) 윤리·법: 저작권·문화재·개인정보
저작권: 일반적으로 저작자 사후 70년 경과, 또는 관보·공문 지도는 공공영역 가능. 단, 판권 문구를 반드시 확인합니다.
문화재·매장 문화재 가능성 있는 유물은 지역 규정 확인, 해외 반출입은 CITES·문화재보호 관련 서류 준비.
지도에 적힌 필기(개인 주소·메모)는 개인 정보일 수 있음. 공개 시 모자이크·익명화 권장.
14) 연구 활용: 지오리퍼런싱
스캔 이미지를 QGIS 등에서 기준 좌표계(WGS84 등)에 지오리퍼런싱하면 현대 지형 위에 옛 경계를 겹쳐 분석 가능합니다.
컨트롤 포인트는 변형 적은 지형(모퉁이 암반, 오래된 교량, 산 능선)을 택하고, 변환은 폴리노미얼 1–2차로 최소한만.
15) 사례 스냅샷
사례 A(학교 소장 도면): 1960년대 교지 배치도, 셀로판 테이프 황변·갈라짐. 스모크 스펀지+부분 가습 후 접착층 기계 제거, 뒤 보강지 교체. 디지털 스캔 후 졸업 50주년 전시.
사례 B(항만 지형도): 해안 염분 얼룩·곰팡이 흔적. 실리카겔 건조→표면 브러싱→국소 알코올 스왑(테스트 통과)→고지 스트립 보강. QGIS 지오리퍼런싱으로 방파제 변천 시각화.
사례 C(일제기 지번도): 종이 산성·취약. 분사형 탈산 시험편 통과 후 전체 희석 적용, 색상 보정 없음, 메타데이터에 탈산 농도·시간·담당 기록.
16) 초보자 금지 리스트
염소계 표백·헤어드라이어·다리미·목공풀·문구테이프·강한 고무지우개·직광 일광건조·향수 분무·코팅 라미네이팅.
17) 디지털 공개와 수익화
라이선스는 CC BY-NC 혹은 CC BY-NC-SA로 2차 비상업 사용을 허용하되 동일조건을 요구합니다.
전시는 A1 포스터 인쇄+요약 캡션+QR로 원본(고해상) 연결. 엽서·프린트 판매는 원본 훼손 없는 범위에서, 수익 일부를 보존 기금으로 환원.
18) 체크리스트(다운받아 쓰는 형식 예시)
□ 식별번호 / □ 촬영 / □ 냄새·습기 / □ 먼지제거 / □ 가습 여부 / □ 평활 / □ 보강지 종류 / □ 풀 종류·배합 / □ 디지털 스캔 dpi / □ 메타데이터 / □ 보관함 라벨 / □ 다음 점검일.
19) 시작 키트와 예산
입문(10–20만 원): 스모크 스펀지, 소프트 붓, 블로팅지, 무산성 봉투·박스, 실리카겔, 니트릴 장갑.
표준(30–60만 원): 고지 4–8gsm, 밀전분풀, 유리 가중판, 가습 박스, pH 테스트 스트립, UV 차단 시트, 컬러 패치.
확장(100만 원+): 평면 촬영대, 듀얼 라이트, 편광 필터, 대지관, 온습도 로거, QGIS 워크스테이션.
20) 수집가를 위한 탐색 루트
벼룩시장·고서점·지도 전문 딜러·지역 사학자 네트워크·온라인 경매·퇴직 설계사 창고 정리·학교·교회·항만공사 보관실.
상태 나쁜 것 중 연구가치 높은 주제(철도·항만·광업·도시계획·수리시설)를 우선 확보하면, 복원 후 전시·출판 기회가 커집니다.
맺음말
지도 복원은 ‘새것처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읽을 수 있게 하는 일입니다.
섬세한 절제와 꾸준한 기록, 그리고 윤리적 공개가 만나면, 한 장의 낡은 종이는 도시와 강과 사람의 기억을 다시 걸어 움직이게 합니다.
오늘 당신의 서랍 속 오래된 지도를 꺼내, 손상 기록 한 줄과 사진 한 장부터 시작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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